UPDATED. 2024-03-29 09:47 (금)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장곡면 도산 2리 되재마을
상태바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장곡면 도산 2리 되재마을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7.16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늙은 쥐가 새끼를 데리고 밭으로 내려오는 명당터
▲ 파평윤씨 홍주지파 선영.

우리고장 장곡면 도산 2리 되재 마을에 노서하전(老鼠下田) 형국의 명당터가 전해오고 있다. 노서하전(老鼠下田)이란, 늙은 쥐가 새끼를 데리고 밭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오니, 풍요롭고 자손이 번창하는 터라는 뜻이다.

장곡면 소재지에서 파출소 옆길로 진입하여 장곡초등학교 운동장을 끼고 홍동저수지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도산 2리 되재 마을이 있다. 되재 마을 중간 산모퉁이 지점에 나지막한 야산이 있다. 야산 한복판에는 잘 가꿔진 파평윤씨의 선조 산소가 자리 잡고 있다.

▲ 쥐바위 모습.

이곳에 위치한 파평윤씨 선조 산소가 노서하전의 명당터라고 전해온다. 특히 여러 산소들 중에서 세 번째 위치에 있는 윤대영(尹大英)의 산소가 노서하전 명당터의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대영은 조선시대 숙종 대에 이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파평윤씨 선조 산소 아래쪽 길옆으로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쥐바위라고 부른다. 쥐바위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넓은 들판과 홍동저수지가 건너다보인다. 홍동저수지 건너편 너븐이마라고 부르는 들판에 고양이 바위가 있다. 고양이가 저수지 물 때문에 건너오지 못하므로 쥐가 안심하고 먹이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 쥐바위 건너편 홍동저수지 모습.

우리고장에서 노서하전인 명당터는 금마면 기산리 가야마을에도 전해오고 있다. 이곳 가야마을은 쥐바위와 고양이 바위가 있어서 마을 전체의 풍요를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옛날에 가야마을의 쥐바위 주변은 땅값도 다른 곳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었다고 한다.

 쥐는 예로부터 재물, 다산, 근면의 상징으로 전해온다. 특히 땅을 지켜준다는 열두 수호신인 십이지신(十二支神) 중에서 맨 앞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십이지신의 순서는,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다.

▲ 이조판서 윤대영의 묘.

쥐가 십이지신의 맨 첫머리에 등장하는 유래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옛날 하느님이 동물들에게 서열을 정해주기 위해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정월초하룻날에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지위를 부여해주기로 했다. 이에 동물들은 저마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했다.


 동물들 중에서는 소가 제일 열심히 훈련을 했다. 쥐는 자신의 신체조건과 능력으로는 맨 먼저 도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써서 제일 열심히 훈련하는 소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드디어 정월초하룻날이 되었다. 모든 동물들이 천상의 문을 향해 앞 다퉈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소가 부지런하여 맨 앞에서 달렸고 쥐는 소의 등에 타고 달려갔다. 소가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쥐가 펄쩍 뛰어내려서 일등으로 도착했다. 소는 분했지만 일등 자리를 쥐에게 내어주고 두 번째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설화의 내용에서 쥐는 자신의 부족한 신체조건을 파악하고 영리하게 머리를 쓴 것이다. 이처럼 쥐의 특성을, 좋은 표현으로는 영리하다고 평하며, 조금 깎아내리는 표현으로는 약삭빠르다고 평하기도 한다.

우리의 구비설화에서 쥐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지혜를 발휘하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동물로 등장한다. 우리고장 용봉산 아래 ‘쥐산과 고바위’ 전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쥐는 근면, 다산, 풍요, 다복을 상징하는 것과 함께, 위험을 미리 예언하고 감지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동물이라고 전해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